배추장수의 양심
2010.12.08 09:50
배추장수의 양심
주택가를 돌며
야채를 파는 이동야채가게가 있었습니다.
“자, 싱싱한 배추 왔어요.
배추…싸요 싸!”
이 가게는 집 앞 골목에 배추,
무 같은 야채를 싣고 와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추가 하도 싱싱해 보여
여섯 포기를 산 나는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동, 호수만 가르쳐 주세요.
갖다 드릴 테니까요,
염려마시구요.” “5동 415호요.”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동, 호수를 가르쳐 주고는
배추 값을 지불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곧 갖다 주마 하던 배추장수는
저물녘이 되어도 오지 않았습니다.
마른하늘에서 난데없이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만 한 차례 퍼부었습니다.
비가 와서 늦으려니 하고 기다리던 나는
비가 그치고 밤이 되어도 배추장수가
오지 않자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휴, 그깟 돈 만 원에 양심을 팔다니…
어휴.”
“뜨네기 장사꾼을 믿은 당신이 잘못이지.
그냥 잃어버린 셈 쳐요.”
남편은 위로인지 책망인지
모를 소리로 내 심사를 건드렸고
나는 허탈해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볕이 좋아 빨래를 했습니다.
탈탈 털어서 베란다에 줄맞추어
널고 있던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딩동.”
“누구세요?”
“저 혹시 어제 배추 사신 적 있으세요?”
나는 얼른 문을
열었습니다.
대문 앞에는 땀에 절은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어제 그 배추장수였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보다 책망하는 마음이 앞서
따지듯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네, 맞아요. 근데 왜 인제 오셨죠?”
배추장수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쪽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동 호수를 적은 종이가 비에 젖어서…
다 번지고 맨 끝에 5자만 남았거든요.”
그는 너무 놀라서 쳐다보는 내 표정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단지 안 5호란 5호는
다 돌아다니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그만…
아유 이거 죄송합니다.”
그는 고개까지 숙이며 내게
사과했습니다.
그는 숨박꼭질 같은 집 찾기에
정말 지친 듯 입술까지 부르터 있었습니다.
“어머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
그는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잡는 내 손을 뿌리치고
이제라도 장사를 나가야 한다며 돌아섰고,
나는 그런 그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출처 행복한세상===
주택가를 돌며
야채를 파는 이동야채가게가 있었습니다.
“자, 싱싱한 배추 왔어요.
배추…싸요 싸!”
이 가게는 집 앞 골목에 배추,
무 같은 야채를 싣고 와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추가 하도 싱싱해 보여
여섯 포기를 산 나는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동, 호수만 가르쳐 주세요.
갖다 드릴 테니까요,
염려마시구요.” “5동 415호요.”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동, 호수를 가르쳐 주고는
배추 값을 지불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곧 갖다 주마 하던 배추장수는
저물녘이 되어도 오지 않았습니다.
마른하늘에서 난데없이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만 한 차례 퍼부었습니다.
비가 와서 늦으려니 하고 기다리던 나는
비가 그치고 밤이 되어도 배추장수가
오지 않자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휴, 그깟 돈 만 원에 양심을 팔다니…
어휴.”
“뜨네기 장사꾼을 믿은 당신이 잘못이지.
그냥 잃어버린 셈 쳐요.”
남편은 위로인지 책망인지
모를 소리로 내 심사를 건드렸고
나는 허탈해진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볕이 좋아 빨래를 했습니다.
탈탈 털어서 베란다에 줄맞추어
널고 있던 점심 무렵이었습니다.
“딩동.”
“누구세요?”
“저 혹시 어제 배추 사신 적 있으세요?”
나는 얼른 문을
열었습니다.
대문 앞에는 땀에 절은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어제 그 배추장수였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보다 책망하는 마음이 앞서
따지듯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네, 맞아요. 근데 왜 인제 오셨죠?”
배추장수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쪽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동 호수를 적은 종이가 비에 젖어서…
다 번지고 맨 끝에 5자만 남았거든요.”
그는 너무 놀라서 쳐다보는 내 표정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단지 안 5호란 5호는
다 돌아다니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그만…
아유 이거 죄송합니다.”
그는 고개까지 숙이며 내게
사과했습니다.
그는 숨박꼭질 같은 집 찾기에
정말 지친 듯 입술까지 부르터 있었습니다.
“어머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
그는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고
붙잡는 내 손을 뿌리치고
이제라도 장사를 나가야 한다며 돌아섰고,
나는 그런 그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출처 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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