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에 관한 대표적인 12가지 오해



11월 27일부터 12월 2일은 ‘제 6회 고혈압 주간’. 대한고혈압학회는 2001년부터 매년 12월 첫째주를 고혈압 주간으로 선정하고, 대국민 고혈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고혈압 조절률은 1998년 4.9%였던 것에 비해 2005년에는 27.5%로 5배 이상, 치료율 역시 1990년 16%에서 2005년에는 49.6%로 3배 이상 증가해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유병률은 지난 15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여전히 한국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고혈압 주간을 맞아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고혈압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를 알아본다.


1. 목이 뻣뻣한 것은 고혈압 때문이다?


‘뒷골이 당긴다’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목이 뻣뻣한 것을 쉽게 고혈압의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이 뻣뻣한 증상은 대부분 고혈압과 관련이 없다. 간혹 목이 뻣뻣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갑자기 혈압이 증가하거나 매우 심한 고혈압일 때나 가능하다. 물론 목이 뻣뻣한 사람이 혈압을 측정하면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원래 고혈압이 성인에게서 흔하기 때문이지 고혈압 탓은 아니다.


2. 죽염이 고혈압에 좋다?


죽염이 고혈압 등 만성성인병 치료와 예방효과를 지녔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죽염이 과학적으로 일반 소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소금은 고혈압의 중요한 원인이다. 소금 속 나트륨이 혈관으로 물을 많이 끌어들여 혈압을 높이기 때문. 고혈압환자는 소금 섭취량을 하루 6g 이내로 줄이고 국물을 적게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6g은 짠 맛에 익숙한 혀가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소금량이다. 고혈압은 죽염처럼 특정 음식을 섭취해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싱겁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필요하면 꾸준히 항 고혈압제를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3. 약으로 혈압이 조절됐다면 약물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저염 식이요법을 통해 혈압이 충분히 내려가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 단, 약을 먹고 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약물을 끊으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약물을 복용할 때는 전문의와의 상담 없이 임의로 건너뛰거나 반 알로 쪼개어 복용하지 말고 정해진 용량을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120/ 80 mmHg 아래로 떨어지면 안된다?


고혈압 환자의 일반적인 목표 혈압 수치인 140/90mmHg 미만은 치료시 최소한의 목표치일 뿐이다. 120/80 mmHg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다른 위험성이 높아지지는 않는 만큼 혈압이 낮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5. 고혈압은 유전이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80% 정도 된다. 고혈압의 발병이 100% 유전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 나쁜 생활 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겹치면 더욱 잘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으로 인해 충분히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6. 마른 사람은 고혈압이 없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일수록 고혈압 발생 빈도가 높기는 하지만, 마른 사람도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지녔다면 체중과 말랐더라도 고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BMI 지수가 1이 증가하면 고혈압 발생 위험은 12% 증가하게 된다는 조사가 있다.


7. 고혈압 약을 계속 복용하면 신장 기능이 나빠진다?


고혈압 약이 신장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상식이다. 오히려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약물을 통한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매우 유익하다.


8. 고혈압 약을 계속 복용하면 정력이 감퇴된다?


발기부전은 50세 이하에서는 약 4%가 발견되는 것에 비해, 50대에서는 26%, 60대에서는 40%가 발견되므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연령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고혈압 약제의 작용 원리에 근거,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고혈압 약으로 발기부전이 증가한다고 판단할 순 없으며 그에 대한 근거도 없다.


9. 중년이 아닌 노인들은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 약의 감량은 가능하지만, 약의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보통 다시 혈압이 상승하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혈압이 떨어진다고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10. 고혈압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병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심장은 크기가 작고 심장의 박동수가 3~5회 정도 빠르다. 또한 여성은 심장주기가 월경주기, 피임 및 임신과 출산 그리고 폐경에 이르기까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그에 따라 고혈압은 물론 관상동맥질환, 고지혈증 등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심각한 질환이다.



실제로 고혈압 발병률은 성인 초기에 남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지만 50대가 넘으면 여성에서 급격히 높아진다. 60대 이후가 되면 고혈압 유병률은 남녀간에 차이가 없어지거나 여성에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여성의 경우, 평상시 혈압은 정상이지만 의사 앞에서나 진료실에서 쟀을 때만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백의 고혈압’인 경우도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11.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  


저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거나, 아니면 혈관의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저혈압 상태가 되면 마치 수압이 정상 이하로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적정량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각 조직이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모자라게 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다소 낮은 상태를 말한다. 보통 어지럽다거나 얼굴이 창백한 경우, 기력이 없는 경우 등에서 혈압이 약간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이며 이 정도의 저혈압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만성 저혈압의 경우 동맥경화의 진행속도가 늦어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더 길다는 보고도 있으며, '어지러움', '팔다리 저림', '쇠약감' 등의 증상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며 적절한 운동으로 이겨나가면 된다.


12. 젊었을 때의 고혈압은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은 젊은 연령층에서보다는 고령층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 사람의 고혈압은 병이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의 고혈압만이 병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장이나 신장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또한 그 위험이 나이가 젊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혈압임이 확인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정상혈압 유지를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고혈압과 관련된 사망의 위험을 높이는 흡연이나 스트레스, 과로와 같은 요인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고혈압 치료를 더 열심히 받을 필요가 있다.